화장터를 처음 가보았다. 나는 화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남는 것이 뼛가루 뿐이라 상실감이 더욱 클 것 같았 다. 분쇄하기 전에 유골을 보여준다고 했다. 왠지 더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문이 열리고 유골이 나왔다. 생각과는 달랐다. 커다란 뼈만 몇 개 보였다. 관이 들어갈 때는 너무나도 슬펐는데 유골이 나 왔을 때에는 신기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양 손목과 척추 곳곳에 박혀있던 철심도 보였다. 철심은 정말 컸다. 뼈를 간추리고 철심은 따로 빼둔다. 그걸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더 이상 고통은 없으시겠구나 싶었다. 뼈를 분쇄 하고 유골함에 담는다. 철심은 종이에 잘 싸서 유골함과 함께 준다. 갑자기 삶 이후의 세계가 있었으면 했다. 신체적 고통 에서 해방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