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지난 몇 년 간 나의 생일을 생각해보면 학교에 가거나 남자친구와 함께 보내거나 장마 기간과 겹쳐서 집 밖으로 나가지 못 하고 심즈에서 생일파티를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미친듯이 마시거나 했던 것 같다.

이번 생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생일이라는 사실에 설레여 하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에 그저 생일이라는 글자만 부여된 느낌이었다. 그냥 너무 할 일이 많아서 피곤할 것 같은 하루. 그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스무 살 때의 생일이 생각났다. 남자친구가 약속에 늦어서 괜시리 화가 났던게 기억이 났다. 화가 나서 눈물도 흘릴정도로, 그때는 생일이 더 특별했던 것 같다. 스무 살의 생일인데 남자친구가 약속에 늦은 것 때문에 하루를 몽땅 망친 기분이 들었다. 스무 살의 생일은 정말 그랬다.

8살 때의 생일은 더욱 특별했다. 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생일잔치를 했기 때문이다. 피자, 떡볶이, 탕수육 같은 음식이 상에 올랐다. 마냥 좋았다. 선물을 들고 생일잔치에 오는 그 애들을 보면서 그 날 하루 나는 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나의 생일이 지난 후 어느날, 동네 맥도날드 한 켠에 꾸며진 예쁜 파티룸에서 예쁜 옷을 입고 맥도날드 직원과 초대한 아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어떤 애를 보았다. 알록달록한 벽면과 풍선, 웃으며 박수치고 노래부르는 사람들. 모든 것이 별 세계로 보였다. 조금 속이 상했다.

아침에 공모 심사를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데 친구로부터 생일을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 저녁에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길래 아무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 했다. 친구는 이십대 마지막 생일을 그냥 지나가게 하느냐고 말 했다. 그래도 별 생각이 안 들었다.

점심. 생일을 축하 받으며 식사를 선물 받았다.

아침에 내 생일에 의미를 부여해준 친구가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저녁에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락실을 가고 아이쇼핑을 했다. 귀가 후 씻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점점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기 때문이구나. 사람에 기대하지 않고 여타 모든 종류의 물질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일을(내 생일 뿐만이 아니라) 애써 특별하지 않은 날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보니 여전히 내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이십대 마지막 생일이었고 내년에는 서른살의 생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는, 또 그 다음 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