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앞에 새 한마리가 죽어있었다. 며칠 째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죽은 새까지 보니 더욱 마음이 안 좋았다. 새의 몸에는 이미 파리같은게 들러붙어 있었다. 윤이 나는 파리, 검은 색 파리가 작업실 앞에 날아다녔다. 나는 새를 땅에 묻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몇 미터 떨어진 자리에 서서 '파리가 모여들 정도라면, 그리고 이 더운 날씨에, 악취가 나면 어떡하지, 새의 몸이 단단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며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었다. 작업을 하다가 너무 졸려서 바깥으로 나가려고 유리 현관문을 나서려는 참이었다. 비가 꽤나 오고 있었다. 유리문 밖으로 갑자기 너구리 한 마리가 기어오는 것이 보였다. 너구리는 곧장 새의 주검으로 달려갔다. 나는 "아!"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새의 몸은 금방 너구리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었더니 너구리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