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화장실 살인남 사건 때문에 어제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 또한 남성에게 폭력과 위협을 당한 적이 많았기에 감정이 이입되었고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먹금이라는 단어가 있다. 개소리하거나 이상한 행동 하는 사람에게 신경 끄라는 말인데, 더 이상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든 행 위에 대해 비난하고, 그로 인해 폭력의 행위자는 사회적으로 매장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줘야 한다.

 

이런 주제로 인권 감수성 없는 남성, 또는 그 권력에 빌붙어 자신이 2등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뭘 당한 적이나 있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이유로 집 밖에서,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내가 직접 겪은 일들만 기억 나는대로 간단히 나열해보고자 한다.

 

 

 

1. 초등학교 6학년 때 성인 남성이 성추행함. 무지막지한 힘으로 껴안고 거부하며 도망치려 하자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 음.

 

 

2.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남학생이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화가 난다며 나에게 난데없이 욕설을 함.

 

 

3. 고등학교 3학년 때 홍대 앞에서 입시할 때 친구와 길을 걷는데,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자위 행위를 하며 다가 옴.

 

 

4. 친구와 공중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엿보려는 남성이 있어 경찰에 신고. 범죄자가 현장에 있어 위험함을 알렸음에도 불구 하고 아주 늦게 출동. 이미 범죄자와 육탄전을 벌이고 그는 줄행랑 친 이후였음. 그러나 경찰은 이런 일은 종종 있으니 이 해하라고 함. 웃으면서.

 

 

5. 광화문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광역버스를 탐. 옆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이 허벅지를 만짐. 버스에 사람이 아주 많았고 다 수의 사람이 목격하였음에도 돕지 않아 내가 직접 욕설과 주먹질을 해서 내쫓았음.

 

 

6. 친구네 집에 가기 위해 경의선 탄현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어떤 남성이 끊임 없이 말을 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환승할 때까지 쫓아오며 말을 걸었음. 대낮인데도 공포스러웠음.

 

 

7. 학교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을 걷는데 왠 할배가 다가오더니 '어흥'하고 소리치며 위협함.  

 

 

8.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왠 아저씨가 오더니 '여자가 말이야...'를 시전.

 

 

9. 안산 락페에서 공연을 보며 즐기는데 20대 초반인 남성이 뒤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하여 주위 사람들이 잡 아줌. 경찰이 나보고 왜 밤에 돌아다니냐고 함. 후에 안산경찰서로 넘어간 이후에도 무려 경찰이 피의자를 옹호하는 발언 을 함. 그 학생이 뮤지컬과라서 함께 춤을 추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고 자기는 그걸 믿는다며.

 

 

10. 같이 술 마셨다는 이유로 자기와 자고 싶어한다고 착각하는 놈들.

 

 

11. 자기 입맛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고 언어 폭력을 휘두르던 전 남친.

 

 

12. 지 열받는다고 목 조르고 폭행한 전 남친.

 

 

13. 무례하게 스킨쉽 시도하는 남자들. 도대체가 상식이 없다.

 

 

14. 지하철에서 여자들에게만 막대기를 들이대며 위협하던 할배. 민원 넣어 다음 역에서 할배 잡으러 오니까 갑자기 바로 순한 양이 됨. 웃겼음.

 

 

15. 종로3가 역사 안에 10분 이상 서있으면 기분이 나쁘다. 사람이 많건 적건 어깨빵하고 가는 할배들.

 

 

16. 밤 12시까지 밖에서 심하게 시끄럽게 떠들길래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고 돌아서니 '언니'라고 부르며 킬킬 거린 남자 들.

 

 

그리고 어제, 산책 겸 커피 사러 걸어서 15분 거리인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suv 하나가 내 옆을 지나쳤다. 창 문을 열고 "여자다!"라고 소리치며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며 휭 지나갔다.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두번째로 든 생각은 이들 이 무언가 투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급하게 작업실로 돌아와 거울로 온몸을 다 확인해야 했다. 그 남자들에게 는 너무나 신나는 장난질이었겠지만 나는 굉장한 위협감을 느꼈다.

 

 

굉장히 서글퍼졌다. 내가 왜 이런 불쾌감과 위협감을 느끼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몇 해 전에 여성인 친척 두 명이 한꺼번 에 남성에 의해 살해 되었을 때도 굉장한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었다. 그들 역시 아무 잘못도 없었고 자기 집에서 자다가 죽 었다. 아주 큰 사건이었고, 기사화도 되었었는데 그 기사들에 달린 댓글. 잊을 수 없다. 요즘은 웬만해서는 어떤 기사를 보 아도 댓글은 안 보는 편이다.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다수의 댓글이 그녀들에게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킬킬 거리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그런 의견이 있는 모양이다. 감히 그런 쓰레기만도 못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충격적이다. 그들은 무엇이 문제인가?

 

 

이 사건이 조현병 병력을 가진 이가 저지른 사건이어서 여성혐오 관련 사건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아닌 것 같다. 살인남의 의식 저변에는 여성 혐오가 깔려있었던게 틀림 없다. 피해자가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다수의 남성이 먼저 화장 실을 이용했음에도 조용히 있었다는 점. 잡힌 이후에 여성에게 무시당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한 점이다. 일단 이 인 간은 사회 시스템에 분노를 표출할 용기가 없는 찌질이이며, 그 것을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에게 풀어냈다.

 

 

여성은 피라미드 구조에서 남성인 나보다 아래일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는데 그런 하위 계층이 감히 날 무시해? 못 참아! 이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