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는 매일 작은 생물들이 나온다. 단골 손니은 그리마. 그리마는 다른 벌레도 잡아먹고 겁이 많아 안 보이는 곳으 로 도망을 치니 보아도 죽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긴 것이 혐오스럽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다. 오늘 잡은 꼽등이에 비하면 말이다.

 

천장에서 기척이 나서 올려다보니 엄지손가락만한 꼽등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참을 수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꼽등이가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도 크게 들렸다. 큰 놈이었기 때문이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내 생애 저 렇게 큰 꼽등이는 처음이었으니까. 천장이 높았기 때문에 종이를 뭉쳐서도 던져보고 건타카로 겨냥해 쏘아도 보았지만 모 두 빗나갔다. 주위에 물건이 부딪혀도 그 놈은 놀라지도 않았다. 괘씸했다. '저것을 꼭 죽이고 말테다!' 속으로 다짐하고는 고무줄을 연신 튕겨댔다. 고무줄이 팽팽하지 않아 종이가 멀리 날아가지 못 했다. '아아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저것을 떨 어뜨려 죽일 수 있는거지...!' 하고 속으로 되뇌이며 무게감 있는 작은 물건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찾아냈다. 액자고리! 작품 만들다가 남은 액자고리가 있었다! 액자고리를 집어들고는 극악무도하게 생긴 꼽등이를 향해 던졌다. 바로 명중시켰다. 그 놈은 떨어졌다. 질긴 놈... 그 놈은 죽지 않았다. 떨어지더니 너무나 멀쩡하게 책상을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서는 책으로 짓누르고 싶었지만 그러면 책을 버리게 될 것 같아 참았다. 붓을 쑤시며 그 놈에게 겁을 주었다. 놈이 위기를 느끼고는 더욱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렸다. 식은땀이 나고 얼굴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 놈을 잡지 못 하면 나는 영원히 책상에 앉지 못 할 것이다. 나는 놈이 숨은 책상 앞에서 기다렸다.

 

이내 책상 밑에서 놈이 기어나왔다. 빈 물통을 내리치며 나는 소리 쳤다. "죽어!죽어!" 물통이 너무 커서 구석에 있는 꼽등 이를 내리치지 못 하고 애꿎은 바닥만 텅텅 쳤다. 놈은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책상 밑 멀티탭 쪽으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놈이 멀티탭 가까이 왔을 때 나는 멀티탭을 확 밀어서 벽에 밀착시켰다.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멀티탭을 떼어보니 질긴 놈...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나는 빗자루를 가져와 그 놈의 삶을 마감시켰다. 쓰레받이에 그 몸통과 다리들을 쓸어담고는 바깥에 던져버렸다. 꼽등이에게도 나에게도 재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꼽등이 는 죽었고 나는 소름만 돋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