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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위협적인 존재인가.
 
‘꽃뱀’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이는 대단히 차별적이며 많은 성범죄 생존자를 모욕하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꽃뱀’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꽃뱀  [꼳뺌]
[명사]
1. <동물> 피부에 알록달록한 빛깔을 가진 뱀.
2.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이 ‘꽃뱀’이라는 말은 무척 자주 우리 눈 앞에 등장한다. 반면에 비슷한 뜻을 가진 ‘제비’라는 말은 실생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두 단어의 사용 빈도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이 사회가 지금도 여전히 여성 혐오의 늪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기타 비속어의 쓰임새만 보아도 그렇다. ‘~년’이 ‘~놈’보다 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는다는 점을 보아도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언어가 일조한다는 것을 부정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ㅇㅇ계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에 이어 현재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 중 미투를 외칠 만한 일을 겪은 사람은 수두룩할 것이다. 다만 뒷감당이 무서워서(예를 들어 저 망할 놈의 ‘꽃뱀’이라는 낙인이라던지, 명예훼손 같은 것들로 인한), 심지어는 자신이 당한 폭력이 폭력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해서 나서지 못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는 2016년에 ‘ㅇㅇ계_성폭력’ 운동에 익명으로 참여했었다. 익명 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었다.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은 2018년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내가 고발을 했던 2016년 때와 같이 ‘마녀사냥’이라는 둥 피해자의 잘못도 있는게 아니냐, 꽃뱀 아니냐 이런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여자가 조신치 못 하게 그런 일을 꺼낸다는 말을 최근에도 들어봤다.(비웃음이 나왔다.) 이런 의견은 피해자를 짓밟고 가해자에게 가짜 정당성을 주게 된다.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그들을 무엇이 진짜 위협인지 생각도 안 해본 인간들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만날 일이 없는 ‘꽃뱀’이라는 존재가 위협적인지 사회 곳곳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성범죄자들이 진짜 위협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침묵은 성범죄자들에게 마음껏 인간을 짓밟을 수 있는 면허처럼 여겨진다. 기억해보자. 얼마나 많은 곳에서 성폭력을 목격했는지, 그리고 경험 했는지를 말이다. 성폭력이라는 것은 반드시 강간 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적 성폭력도, 원치 않는 신체 접촉, 가해자들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그것이라도 성폭력이다.
 
무엇이 위협적인 존재인가? 생각해보자. 꽃뱀? 진짜로 본 적은 있나? 성범죄자만큼 수두룩한 존재던가?
 
 
#me_too #with_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