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을 일단 얼마간 끊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나의 삶을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술인 것 같아서이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통제 가능한 범위의 것들도 술로 인해서 엇나가게 된다. 꽤 오랜 시간을 술로 인한 문제에 시달렸다. 지금은 술을 자제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한때 모든 사람이 걱정할 정도로 술을 마셨던 적이 있었다. 나는 왜 술을 마시게 된 것일까. 

 

2.

나는 항상 마음이 공허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었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때는 술을 마실 때였던 것 같다. 술로 인해서 기분이 좋아지고 한껏 취하면 감정이 출렁거렸다. 거기서 살아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술이 깨면 다시 마음이 죽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술을 매일 마셨던 때도 있었다. 나조차도 좀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입힌 후 였다. 매일 마시던 술을 줄일 때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어떤 음식을 먹던 간에 소주 생각이 매우 간절하게 났기 때문이다. 그때 그 느낌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종류의 갈망이었다. 

 

3.

몇 년에 걸쳐서 술을 많이 줄였다. 올해에는 작업실에서도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혼자 먹는 일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올해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겪은 여러 종류의 이별들, 그로 인한 죄책감이 찾아왔다. 올해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매우 에너지가 넘치고 밝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이상하게도 언제나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말을 많이 한다던지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되었다. 그런 날들이 계속 되다가 최고조로 기분이 좋아지면 반드시 과음을 하게 되었고 그 시간이 지나면 끝도 없이 추락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었고 나는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4.

나는 내 자신과 남을 믿지 못 했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완전히 마음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보다 먼저 생각하게 되는 그런 사람은 영원히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은 죽어서 없어진 것 같았다. 실제로 오랜 시간 그 마음을 가져보지 못 했다. 예전에는 물론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마음은 다시는 갖지 못 할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가장 최악의 상태가 된 후 물리적 상처와 약 봉지를 들고 현실로부터 도망쳤을 때 그 마음이 정말 온전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누군가를 한없이 돕고 싶었고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의 내면이 좋았다. 어느날 갑자기 마법처럼 좋은 마음이 든 것은 아니었다. 함께 나눈 많은 대화 속에서 유약하지만 선한 영혼이 보였던 것 같다. 그 사람의 무언가가 내 마음을 완전히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주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이 마음,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마음을 감춰두고 싶었다. 하지만 술로 인해서 완전히 망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주워담을 수 없었다. 그 마음을 술 때문에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되어서 나는 무척 슬펐다. 나는 정말 영원히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다. 나에게 찾아온 이 마음이 너무나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 하는 것이 무척 실망스러웠고 싫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3개월 간은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시간동안 나는 나의 마음과 몸을 돌보기로 했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잘 살아가고 싶다. ㅇㅇㅇ만 아니면 정말 좋은 사람이다가 아닌 그냥 정말 온전하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해볼 작정이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삶과 감정을 통제하고 싶다. 불가항력의 무언가는 어떻게 할 수 없을지라도 통제가 가능한 부분들은 제일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다. 어쨌든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순간을 보냈고 그때문에 난생 처음으로 내 삶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내 자신에게 어떤 기대를 갖게 되어서 조금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