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29년을 한국에서 살면서 나도 모르게 편리함에 젖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도 문을 연 편의점이 수두 룩하고 주말, 심지어 명절에도 대기업의 점포는 영업하는 곳이 많다.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편리함 뒤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나와 가족, 지인들의 경험을 보았을 때 살인적인 업무 스 케쥴을 강요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떤 일 처리가 끝나지 않으면 퇴근하지 못 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지각 하면 임금이 바로 깎이지만 30분 일찍 나와서 일 할 준비를 하거나 30분 늦게 퇴근하는 경우에 임금을 더 주는 경우는 별 로 없다. 공휴일에도 영업을 해야 하니 한 달 중 평일에만 4일정도 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임금 후려치기가 일상화되다 보 니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최소한의 인원을 고용한다. 여러 명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는 것보다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업무를 주고 계약된 시간 외에는 무료로 일해줄 것을 강요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만약 고용된 이 가 그것을 거부하면 해고되거나 질책을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착취당하는 이는 여가생활은 고사하고 제대로 쉴 시간조차 없다. 한 달을 뼈빠지게 일해도 만질 수 있는 돈은 극히 적다. 이러한 풍조가 당연시되니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은 비인간 적인 노동환경에서도 참고 일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모기업의 임금체불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런 기업에게는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으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은 언제나 아쉬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년에 나의 가족 중 한 명이 일 하는 모 가구회사에서 한 직원이 해고 될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그 회사에서는 세 일 기간 중에 절대 주말에 쉴 수 없도록 되어있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암묵적으로 그렇다. 많은 고 객들이 주말을 이용해 쇼핑을 하기 때문이다. 그 회사는 주말 파트타이머를 더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그때에 쉬 지 못 하게 하는 것을 택하였다. 그것이 회사에게는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간에 한 직원의 어머니가 위독한 상황이 되었다. 직원은 휴가를 쓰고 병원으로 갔는데 마침 회사의 대표가 그 지점에 방문을 했다. 그는 직원 한 명이 휴가 를 냈다는 것을 알고는 노발대발 화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직원을 해고할 것을 명령했다. 사정이 어떻건 간에 회사의 세일 기간에 휴가를 내는 것은 직원으로서 의무를 다 하지 못 한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쉬울 것이 없 는 사람이라면 해고를 당했을 때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겠지만 슬프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직원은 40대 여성이었 기 때문에 해고를 당하게 되면 당장 생계에 지장이 올 확률이 컸다. 다들 알다시피 40대 이상인 여성이 새 직장을 갖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결국 직원은 용서를 빌었고 여러 서류를 작성하였으며 그 지점의 점장은 감봉을 당하는 선에 서 일이 마무리 되었다.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노동자들은 언제나 아쉬운 위치에 있고 고용주는 그 점을 이용해서 노동력을 착취한다. 우리 사 회를 편리하게 하는 많은 것들이 이런 노동 착취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바뀌 어야 하고 더 나아가 모두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착취를 당하는 이들은 자기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음을, 이 피해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배 움이 짧은 사람이면, 또는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면,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이런 노동착취를 당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휴식시간을 보장받아야 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시간 당 최저 임금에 딱 맞춰 주 는 것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 업무의 속성과 강도에 따라 최저 임금 ‘이상’의 돈을 주어야 한다. 물가가 상승된 만큼 최저임 금도 더욱 올려야 한다. 쉬는 날 없이 일 해도 생활이 빠듯한 것이 말이나 되는가. 굶주리지 않는다고 살만한 것이 아니다. 저렴한 가공식품의 등장으로 배를 곯는 경우는 크게 줄었지만 과연 그것으로 된 것일까? 부유한 사람의 삶의 질은 날이 갈 수록 높아지는데 왜 서민들은 등 따시고 배만 부르면 그만이게 된 것일까. 왜 많은 노동자들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 하 고 편리한 시스템을 위한 부품처럼 취급 받는 것일까.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만 같다.